Homily/† 오늘의 강론

저는 믿습니다. 믿음이 없는 저를 도와주십시오.

ohjulia 2009. 2. 23. 05:32




    <성 폴리카르포 주교 순교자 기념일>(2009. 2. 23. 월) <저는 믿습니다. 믿음이 없는 저를 도와주십시오.> 2월23일의 복음말씀은... 어떤 아버지가 악령 들린 아들을 데리고 옵니다. 제자들은 그 악령을 쫓아내지 못합니다. 예수님께서 그 자리에 오시자 그 사람은 예수님께 아들을 고쳐달라고 청합니다. "하실 수 있으면 저희를 가엾이 여겨 도와주십시오." 예수님께서 답변하십니다. "'하실 수 있으면'이 무슨 말이냐? 믿는 이에게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그 사람이 곧바로 대답합니다. "저는 믿습니다. 믿음이 없는 저를 도와주십시오." 예수님은 악령을 쫓아내고 그 아이를 고쳐주십니다. 나중에 제자들이 왜 자기들은 악령을 쫓아내지 못한 것이냐고 예수님께 묻습니다. 예수님께서 답변하십니다. "그러한 것은 기도가 아니면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나가게 할 수 없다." 복음말씀의 내용을 보면... 믿음없는 사람들을 모두 모아놓은 백화점 같은 내용입니다. 제자들도 아직 뭔가가 부족해서 악령을 쫓아내지 못합니다. 아이 아버지도 아직 믿음이 약해서 예수님께 '하실 수 있으면'이라는 단서를 붙인 말을 합니다. 구경하고 있는 군중들, 율법학자들도 믿음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은 그런 사람들 모두에게 선언하십니다. "믿는 이에게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예수님의 그 말씀에 무슨 해석을 덧붙일 것이 없습니다. 그냥 그 말씀 그대로 받아들이면 그만입니다. 아이 아버지의 태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믿습니다. 믿음이 없는 저를 도와주십시오." '저는 믿습니다.'라는 말은 믿음이란, '믿으려는 노력'이라는 것을 나타냅니다. '믿음이 없는 저를 도와주십시오.'라는 말은 믿음도 은총이라는 것을 나타냅니다. 믿음이란 하느님께서 은총으로 주시는 것, 우리쪽에서는 믿으려고 노력하는 것, 그것입니다. 복음말씀의 끝부분에 있는 예수님의 말씀, "그러한 것은 기도가 아니면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나가게 할 수 없다." 라는 말씀은 악령 퇴치는 하느님의 도움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악령 퇴치, 퇴마... 인간의 힘만으로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영화 엑소시스트 1편에 악령을 쫓아내는 '구마예식'이 나오는데, 구마예식의 결과 악령은 나가지만 사제들은 죽게 됩니다. 악령이란 인간이 상대하기에는 너무 벅찬 존재들이라는 것입니다. 악령을 기도로 쫓아낸다는 것은 하느님을 믿고 의지하고, 하느님의 도움을 받아서 쫓아낸다는 것입니다. 믿음을 기준으로 사람들을 두 부류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믿으려고 노력하는 사람'과 '의심하는 사람'... 물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면서 살려달라고 소리칠 때, 어디선가 밧줄이 내려왔다고 합시다. 그 밧줄이 나를 살리기 위한 밧줄이라고, 그것을 믿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그 밧줄을 잡을 것이고... 그 밧줄이 내 목을 조르는 올가미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하면, 그 밧줄을 잡지 못하고 오히려 피할 것입니다. 정확한 것을 모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살리려는 것인지, 죽이려는 것인지 모르니까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알면 믿을 것도 없습니다. 믿음이란, 모르는 것에 대한 믿음입니다. '믿을 수 없는 것을 믿는 것'이 진짜 믿음입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 증명할 수 있는 것, 그런 것들은 믿든지 말든지 달라질 것도 없습니다. 잘 모르고, 증명할 수 없고, 인간의 상식으로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을, 그런 일들을 믿는 것이 믿음입니다. 그래서 믿음이 위대한 것입니다. 사실 믿으려는 노력과 의심하는 마음 사이의 간격은 종이 한 장 차이보다도 더 가깝습니다. 조금이라도 노력하면 믿음의 길로 들어서지만, 아차, 하는 사이에 의심의 길로 빠지게 됩니다. 어떻든... 믿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면, 이제 그 다음으로 할 일은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능력과 지혜에 대한 자만심을 버리고, 자신의 의지를 꺾고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율법학자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믿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의심하는 마음만 가득했던 사람들입니다. 아이 아버지는 부족하지만 믿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제자들은 믿으려고 노력했겠지만 하느님을 온전히 믿고 의지하는 자세는 아직 부족했습니다. 우리는 어느 쪽에 있습니까? 송영진 모세 신부 -------------------------------------------------- < 오늘의 말씀 - 마르코 9,23 > 믿는 사람에게는 안 되는 일이 없다. Everything is possible to one who has fai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