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ily/† 오늘의 강론

그들은 모르고, 우리는 잊어버리고 있는

ohjulia 2010. 5. 27. 07:13



    <성모의 밤>(2010. 5. 27. 목)

     

    <그들은 모르고, 우리는 잊어버리고 있는>

     

    묵주와 묵주반지는 천주교 신자라는 것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표시입니다.

    묵주기도는 성모송을 반복해서 바치는 기도입니다.

    성모송은 성모 마리아께 바치는 기도입니다.

     

    여기까지 말하면 다른 종파 신자들은,

    마리아에게 기도를 바친다고? 라고 반문할 것입니다.

    기도는 하느님께 바쳐야지, 왜 마리아에게 바치나? 라고 따질 것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성모송은 마리아에게 하느님께 기도해 달라고 부탁하는 기도입니다.

    그러니 정확히 말하면 하느님께 바치는 기도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자꾸 잊어버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천주교는 마리아교라고 말하는 타 종파 사람들이 많습니다.

    천주교 신자들은 마리아교가 아니라고 반박합니다.

    그러면 타 종파 사람들은 왜 마리아를 믿느냐고 묻습니다.

    천주교 신자들은 믿는 것이 아니라 공경할 뿐이라고 대답합니다.

     

    타 종파 사람들은 그게 어떻게 다르냐고 묻습니다.

    천주교 신자들은 하느님은 믿고 흠숭하고 섬기지만

    마리아는 한 인간으로서 공경할 뿐이라고 대답합니다.

    다시 타 종파 사람들이 묻습니다. “왜 공경하는데?”

    이쯤해서 천주교 신자들은 말문이 막힙니다.

    왜 공경합니까? 안 하면 어떻게 됩니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렇습니다.

    성모 마리아를 공경하는 것은 사실 하느님을 공경하는 것입니다.

    인류 구원을 위한 도구로 한 인간을 선택하신 하느님의 사랑을 공경하는 것입니다.

    성모 마리아를 통해서 드러난 하느님의 구원 역사를 공경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마리아 공경은 사실상 하느님 공경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자꾸 잊어버립니다.

     

    타 종파 사람들이 또 따집니다.

    왜 마리아에게 천주의 성모, 즉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존칭을 쓰냐고.

    하느님의 삼촌, 하느님의 이모는 어디 있냐고 빈정거립니다.

    천주교 신자들은 기분이 나빠서 대꾸도 안 합니다.

    왜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존칭을 사용할까요?

     

    마리아는 예수님의 어머니이십니다. 이것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하느님이십니다.

    예수님이 하느님이시라는 것을 믿으면 그리스도교이고, 안 믿으면 이단입니다.

    예수님이 하느님이시고, 마리아는 예수님의 어머니이시니까,

    그래서 마리아는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시는 것입니다.

     

    이 존칭은 마리아를 위해서 붙인 존칭이 아닙니다.

    옛날에 하도 예수님의 신성(神性)을 부인하는 이단이 많아서

    예수님의 신성을 강조하다가 생긴 존칭입니다.

    다시 말해서 예수님은 하느님이시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마리아는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존칭이 자연스럽게 사용된 것입니다.

    그래서 그 존칭은 사실상 예수님을 위한 존칭입니다.

     

    타 종파 사람들이 또 따집니다.

    왜 천주교는 마리아가 평생 동정이라고 믿느냐? 라고.

    예수님을 낳을 때 동정이었으면 되었지 평생 동정이어야 할 필요가 있냐고.

    성경에도 예수님의 형제, 자매가 많이 등장하니까

    마리아는 예수님을 낳으실 때에는 동정이었지만

    그 후에는 분명히 동정이 아니었다고... 성경을 펼쳐서 보여 줍니다.

    천주교 신자들은 다시 말문이 막혀서, 나도 몰라, 할 때가 많습니다.

     

    마리아의 동정은 하느님의 선택을 받은 특별한 은총의 표시입니다.

    동정 잉태와 예수님 탄생은 대단히 놀라운 기적입니다.

    이것은 하느님께서 하신 일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은총이 한 번 지나가면 사라지는 시한부입니까?

    하느님의 은총이 일회용입니까?

    예수님을 잉태하고 출산한 마리아의 임무는 그것으로 끝입니까?

    어머니로서 평생 예수님과 함께 하셨는데...

    당연히 하느님의 선택과 은총도 지속되었습니다.

    그래서 마리아는 평생 동정이십니다. 하느님의 은총이 지속되었으니.

     

    성경에 나오는 형제, 자매는 넓은 뜻의 친척들입니다.

    그 말을 어떻게 친형제 친자매로만 생각해야 합니까?

    사도행전에 수없이 나오는 형제, 자매라는 말은,

    전부다 바오로 사도의 친형제, 친자매를 나타냅니까?

    그렇다면 바오로 사도는 엄청나게 형제, 자매가 많았겠습니다.

    그 외에도 마리아에 관한 교리가 더 많지만

    타 종파에서는 잘 모르고, 모르니까 안 따지고, 저도 여기서 멈추겠습니다.

     

    그런데 여기까지 말하면 물러서지 않고 다시 따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하느님과 예수님이 중심이 되어야지,

    왜 천주교는 맨날 마리아 중심이냐? 라고 따집니다.

    그건 우상숭배다, 라고까지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마리아 때문에 하느님을 뒷전으로 밀어내는 것은 잘못이라고.

     

    그런 예가 있다면 한 번 예를 들어보라고 요구하면,

    성당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것이 성모상이라고 합니다.

    그렇긴 합니다. 성당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것이 성모상입니다.

    (물론 어떤 성당은 예수님이 성당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서 있긴 하지만.)

    성모상이 가장 먼저 신자들을 맞이하는 것은 성모 마리아의 역할 때문입니다.

    우리를 하느님과 예수님께 인도하기 위해서 문 앞에까지 마중 나오신 것.

     

    하느님의 모습을 아무도 모르고, 하느님은 절대로 어떤 형상으로 만들 수 없으니

    성당에서는 하느님 모습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어떤 모습으로 절대 만들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사람으로 오신 분이고, 예수님을 만난 사람은 굉장히 많습니다.

    성모님을 알고 있었던 사람도 아주 많았을 것입니다.

     

    그 시절에 카메라라는 것이 있었다면 분명히 기념사진을 찍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돌 사진부터 성전 봉헌 모습, 세례 받는 모습,

    최후의 만찬 같은 중요한 순간들을 모두 사진으로 남겼을 것입니다.

    당연히 성모님의 사진도 남아 있겠지요.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 시절에는 카메라가 없었습니다.

    한가롭게 화가에게 초상화를 그리게 할 여유도 없었습니다.

    예수님과 성모님의 모습은 사도들과 제자들의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다가

    계속 후대로 전해져 내려왔겠지요.

    그래서 드디어 솜씨 좋은 화가들이 그림으로, 조각으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무슨 우상숭배입니까?

    아니, 집에다 돌아가신 부모님 사진 한 장 안 걸어놓습니까?

     

    우상숭배란 하느님이 아닌 것을 하느님처럼 섬기는 것이고,

    신성모독이란 하느님보다 낮은 것을 하느님보다 높이거나 같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마리아를 하느님처럼 섬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하느님 때문에, 하느님을 위해서 마리아를 공경합니다.

    하느님께서 마리아를 특별히 선택하신 그 은총과 사랑을 공경합니다.

    우리는 마리아를 하느님보다 높이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가장 충실한 종이었다는 점을 공경할 뿐입니다.

     

    그들은 모르고, 우리는 잊어버리고 있는 것은 마리아에 관한 교리들입니다.

     

    모르면 오해하고, 잊어버리고 있으면 오해를 받습니다.

    마리아를 공경하는 것은 마리아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을 공경하는 것입니다.

    주인공은 하느님이시고, 마리아는 조연입니다. 그것도 아주 빛나는 조연입니다.

     

    하느님의 구원 역사가 하느님만의 모노드라마는 아닙니다.

    마리아를 비롯해서 수많은 순교자들, 성인 성녀들이 함께 하는 대하드라마입니다.

    제대로 알고 올바르게 공경해야 합니다. 하느님을 위해서, 또 우리 자신을 위해서...

    또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우리는 마리아 공경을 멈추거나 줄일 수 없습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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