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4주간 월요일>(2012. 7. 9. 월)(마태 9,18-26)
<예수님을>
7월 9일의 복음 말씀은 지난 7월 1일의 복음 말씀과 같은 내용입니다.
7월 1일의 복음 말씀은 마르코복음이었고,
세부사항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었는데,
7월 9일의 복음 말씀은 마태오복음이고,
세부사항은 생략한 채 중요한 내용만 전하고 있습니다.
어떤 회당장이 와서 예수님께 간청합니다.
"제 딸이 방금 죽었습니다.
그러나 가셔서 아이에게 손을 얹으시면 살아날 것입니다(마태 9,18)."
'손을 얹다.' 라는 말은 '안수'를 뜻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회당장은 안수 예식이 아니라 예수님을 믿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 회당장의 집에 가셔서
그의 딸에게 안수를 해주시지 않고 그냥 손만 잡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소녀의 손을 잡으신 것은 '안수'가 아니라
소녀를 일으켜 세우기 위한 동작입니다.
이것도 역시 당연한 말이지만,
예수님께서 어떤 병자를 고쳐주시거나 죽은 사람을 살려내신 일은
당신의 권능으로 하신 일입니다.
무슨 예식 같은 것의 힘으로 하신 일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안수 같은 의식을 하지 않더라도, 한마디 말씀만으로도,
아니 말씀을 하지 않더라도 당신의 의지만으로도 기적을 행하시는 분입니다.
지금 이런 당연한 말을 하는 것은
'기도'를 '주문'과 혼동하고,
'전례'를 '주술적인 예식'과 혼동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샤머니즘'을 믿는 사람들은
'부적' 자체에 어떤 힘이 있다고 믿고서 그런 것을 사용하고,
또 '굿'이나 어떤 '행위' 자체에 힘이 있다고 믿고서 그런 일을 하지만,
우리가 하는 기도나 전례 예식은 완전히 다릅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믿을 뿐입니다.
회당장의 집으로 가는 도중에 혈루증을 앓는 여자가 예수님 뒤로 다가가
그분의 옷에 손을 대는 일이 생깁니다.
아마도 그 여자도 원래는 예수님께 안수를 청하고 싶어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병에 걸린 병자는 다른 사람과 접촉하는 일을 율법이 금했기 때문에
그 여자는 직접 나서서 안수를 청하지는 못하고
사람들 모르게 예수님 옷을 만진 것입니다.
이 경우에도 역시 그 여자는 예수님의 옷을 믿은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믿었기 때문에 그런 일을 했습니다.
예수님께서 그 여자의 믿음을 칭찬하신 것은
그 여자가 예수님의 옷이 아니라 예수님을 믿었음을 인정하신 것입니다.
그래서 그 여자가
'내가 저분의 옷에 손을 대기만 하여도 구원을 받겠지.' 하고 생각한 것은,
"그 여자는 '예수님의 옷이라도 만질 수 있다면' 병이 나을 것이라고 믿었다."
라고 해석해야 합니다.
'예수님의 옷자락에 손을 대면' 병이 나을 것이라고 믿었다, 가 아닙니다.
이것은 단순한 표현 차이가 아닙니다.
예수님을 믿는 것과 예수님의 옷을 믿는 것은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 여자의 입장에서는 옷이 아니라 다른 무엇이라도
예수님과 접촉할 수 있는 것이라면 만지기를 원했을 것입니다.
사도행전에 비슷한 기적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병자들을 한길까지 데려다가 침상이나 들것에 눕혀 놓고,
베드로가 지나갈 때에
그의 그림자만이라도 누구에겐가 드리워지기를 바랐다(사도 5,15)."
사람들이 베드로의 그림자를 믿은 것도 아니고,
베드로라는 사람을 믿은 것도 아닙니다.
그들은 베드로가 선포하는 예수님을 믿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바오로를 통하여 비범한 기적들을 일으키셨다.
그의 살갗에 닿았던 수건이나 앞치마를 병자들에게 대기만 해도,
그들에게서 질병이 사라지고 악령들이 물러갔다(사도 19,11-12)."
기적의 힘은 바오로의 수건이나 앞치마도 아니고, 바오로도 아니고,
바오로를 통해서 일하시는 하느님에게서 왔습니다.
만일에 하느님을 믿지 않고
바오로의 수건이나 앞치마를 믿는다면, 그건 그냥 미신입니다.
바로 그 다음 구절에 그런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믿음도 없이
'바오로가 선포하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너희에게 명령한다.' 하면서
악령들을 쫓아내려고 시도했던 사람들이
그 악령들에게 당하는 이야기입니다(사도 19,13-16).
우리는 우리의 믿음을 도와주는 도구나 수단을
믿음의 대상으로 삼는 미신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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