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5주간 금요일>(2012. 7. 20. 금)(마태 12,1-8)
<주님의 날>
7월 20일의 복음 말씀은 안식일 율법에 관한 논쟁입니다.
사실 예수님이나 바리사이들이나 모두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일치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거룩하게 지내는 방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달랐고,
바로 그 부분에서 충돌했습니다.
바리사이들은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을 세세하게 규정해 놓고
그런 일들을 하지 않는 것이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내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에 해야 하는 일들'을 가르치셨습니다.
'안식일에 해야 하는 일'은 '자비'(마태 12,7),
'좋은(선한) 일, 목숨을 구하는 일'(마태 12,12 ; 마르 3,4) 등인데,
다르게 표현하면 안식일에는 사랑과 선행을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습니다.
바리사이들도 원칙적으로는
안식일에 사랑과 선행을 실천하는 것에 반대를 하지 않았고,
예수님도 안식일에 아무 일이나 해도 된다고 하신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예수님도 안식일을 철저하게 지키셨습니다.)
그러나 바리사이들은 당장 죽을 것 같은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면
안식일이 아닌 다른 날에 하라고 했고(루카 13,14),
예수님께서는 사랑과 선행은 미루지 말고 즉시 하라고 하셨습니다.
바로 그 차이입니다.
의사가 안식일인데도 자기가 먹고살기 위해서 병자를 치료한다면
그것은 안식일을 지키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나 병자를 위해서 쉬지도 못하고 치료를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사랑과 선행을 실천하는 것이고, 안식일을 지킨 것입니다.
만일에 예수님의 제자들이 심심해서 밀 이삭을 뜯어 먹은 것이라면
안식일을 안 지킨 것이 되지만,
배가 고파서 뜯어 먹은 것이라면
그걸 가지고 안식일을 안 지켰다고 시비 걸지 말고
배고픈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입니다.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병자를 치료하신 일에 대해서
바리사이들이 시비를 건 경우가 많은데,
그들은 예수님의 치료 행위를 '영업'으로 보았기 때문에 그랬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영업'을 하신 것이 아니라 '자비'를 베푸셨습니다.)
오늘날 우리 교회는
'주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을 따로 규정해 놓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십계명에 '주일을 거룩히 지내라.' 라고 되어 있으니
'거룩하지 않은 일'은 하면 안 됩니다.
다시 말해서 주일 미사 참례한 것만으로 주일을 지켰다고 말할 수는 없고,
주일 하루를 온전히 거룩하게 지내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지내는 것이 거룩하게 지내는 것인가? 라고 묻는다면,
예수님의 가르침을 근거로 해서
'미사에 참례하고, 복음을 전하는 일을 하고,
사랑과 선행을 실천하는 일을 하고, 하느님 말씀을 묵상하고...'
그렇게 지내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떤 이들은 이렇게 항의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모처럼 하루 쉬는 날인데, 너무 야박하게 꼭 그래야 하는가?
그건 유대교의 율법주의와 같은 태도가 아닌가?"
과연 그게 율법주의일까?
명색이 신앙인인데, 주일 하루를 지내는 모습이 비신앙인과 다르지 않다면
그걸 잘하는 일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바리사이들의 율법 준수는 너무 지나치게 사람을 억압했지만,
지금 우리는 너무 지나칠 정도로 느슨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주일 미사 참례 말고는
주일을 거룩하게 지내기 위한 일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율법주의도 경계해야 하지만 세속화도 조심해야 합니다.
'주일'은 글자 그대로 '주님의 날'이고 '주님만을 위한 날'입니다.
우리 인간의 날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인간의 날이 아니고 주님의 날이니 주님을 위해서 하루를 지내야 합니다.
주일은 우리의 시간을 주님께 바치는 날이 아니라
주님의 시간을 주님께 돌려드리는 날입니다.
물론 우리 인생 전부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시간 전체가 주님의 것입니다.
그래도 주간 엿새는 우리가 먹고살기 위해서 일하도록 허락된 날입니다.
그 엿새로 만족하지 못하고
나머지 하루, 주님의 날까지 차지하려고 하는 것은
너무 욕심이 지나친 것이 아닙니까?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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