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ily/† 오늘의 강론

낙타와 바늘구멍

ohjulia 2009. 8. 18. 10:38




    <연중 제20주간 화요일>(2009. 8. 18. 화) <낙타와 바늘구멍>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어렵다.'가 아니라, '불가능하다.'입니다. 그것은 그 다음에 하신 말씀, "사람에게는 그것이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라는 말씀에 설명되어 있습니다. 사람의 힘으로 낙타를 바늘구멍으로 지나가게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부자는 재산을 하느님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도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방법이 있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의 힘'으로 들어가는 방법입니다. 사람에게는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는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고 싶다면, 재산에 의지했던 마음을 버리고 하느님께만 의지하면 됩니다. -------- 열기구를 하늘에 띄우기 전에는 밧줄로 땅에 고정시켜 둡니다. 그러다 버너에 불을 피우고 기구가 뜨거운 공기로 가득 찬 다음에 하늘로 날아오를 준비가 되었다면 밧줄을 풀어야 합니다. 그 밧줄을 풀지 않으면 열기구는 하늘로 올라갈 수가 없습니다. 번지 점프도 비슷합니다. 점프를 하려면 발을 땅에서 떼어야 합니다. 허공으로 몸을 날려야 합니다. 공수 훈련 중에도 번지 점프 같은 훈련이 있습니다. 가장 무섭다는 십일 미터 정도의 높이입니다. 그다지 높은 것 같지도 않은데 뛰어내리면 곧장 땅으로 쳐박힐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높이입니다. 조교들은 그냥 뛰어내리라고 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밑으로 뛰어내려도 무서운데 하늘을 향해 뛰어오르라고 요구합니다. 눈 감고 뛰어내려도 무서운데, 눈을 뜨라고 합니다. 악을 쓰고 기합을 넣어도 무서운데, 아무 말없이 조용히 뛰라고 합니다. 편안하게 쉬고 싶다면, 하라는 대로 하면서 몸을 날려야 합니다. 무섭다고 난간을 붙잡고서 주저하고 망설이면, 점프대는 지옥으로 변합니다. 죽을 고생 하면서 재산을 모았기 때문에 그 재산이 정말 아까울 수도 있습니다. 자기는 돈도 제대로 못썼지만 자식에게는 물려주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지만 죽는 날까지는 비상금으로 재산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어느 정도는 재산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사도행전을 보면 바로 그런 모습으로 재산을 움켜쥐고 있었던 부부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사도행전 5장에 나오는 '아나니아와 삽피라' 라는 이름의 부부입니다. ------- 수중에 돈 한 푼 없으면 정말 불안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불안한 마음은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없다는 증거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돈 한 푼 없이 어떻게 살 수 있냐고 따질 수 있습니다. 테살로니카 교회에서는 주님의 재림이 곧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일도 하지 않고 재림과 종말을 기다리기만 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교회나 다른 신자들에게 빌붙어서 얻어먹으면서 민폐를 끼쳤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그런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은 먹지도 말라." (2테살 3,10) 재산에만 의지하는 마음을 버리고 하느님께만 의지하라는 것은 일도 하지 말고 기도만 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자기가 해야 할 일도 하지 않고 하늘만 바라본다고 돈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일용할 양식은 스스로 벌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신세를 지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자신의 몫으로 해야 할 일은 해야 합니다. -------- 정당하게 일해서 번 돈을 모았을 뿐이라고, 죄를 지은 일이 없는데, 재산이 많다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남들보다 조금 더 여유 있게 사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예수님께 따지지 말아야 합니다. 루가복음 16장의 '부자와 라자로의 비유'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 이야기의 부자는 특별히 무슨 죄를 지은 것도 없습니다. 죄가 있다면 거지 라자로에게 무관심했던 죄입니다. 라자로가 천국에 갈만큼 무슨 선행을 한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살아서 너무 고생을 많이 했다는 이유로 천국의 위로를 받게 됩니다. '낙타와 바늘구멍' 이야기의 끝부분이 '첫째가 꼴찌 되고 꼴찌가 첫째 된다.' 라는 말씀으로 끝나는 것을 새겨들어야 합니다. 정당하게 일해서 번 돈이니 재산이 많은 것이 죄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그 재산을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움켜쥐고 있는 것은 죄입니다.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그래서 좀 더 많이 돈을 벌고 번 돈으로 남들보다 조금 더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이 무슨 죄는 아닙니다. 그러나 그 취미생활을 즐기는 동안에 고통을 겪고 있는 이웃을 잊고 있다는 것은 죄입니다. 첫째가 꼴찌되고 꼴찌가 첫째될 것입니다. -------- 그렇다면 재산을 다 버리라는 말이냐고 묻지 말아야 합니다. 재산이 많다는 것은 선행을 할 기회가 많다는 점에서 은총입니다. 그 은총을 은총으로 살아 있게 하려면 그 재산을 좋은 일에 쓰면 됩니다. 그런 점에서 부자들은 이중으로 축복을 받을 수 있습니다. 풍족하게 살 수 있는 부자라는 점에서, 그 재산으로 선행을 많이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시에 부자는 부자라는 점에서 이중, 삼중으로 불행해질 수 있습니다. 풍족하게 살면서 이웃에 무관심한 죄를 짓기 쉽다는 점에서, 신앙생활에 게을러지기 쉽다는 점에서, 그 많은 재산이 악의 씨앗이 되기 쉽다는 점에서. 가난한 사람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것은 없습니다. 가난에 한이 맺혀서 수단 방법 안 가리고 돈을 모으려고 덤빈다면 바늘구멍을 통과할 수 없는 낙타가 될 뿐입니다. 가난한 사람이 더 욕심이 많을 수도 있습니다. 그 욕심이 죄를 부릅니다. 부자든 가난하든 중요한 것은 마음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다 바늘구멍 앞의 낙타입니다. 하느님의 은총이 없다면... 그 구멍을 지나가는 것은 누구에게나 불가능한 일입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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