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19, 1-8.
요한 16, 29-33.
29절 그러자 제자들이 말하였다. “ 이제는 드러내 놓고 이야기하시고 비유는
말씀하지 않으시는군요.
30절 저희는 스승님께서 모든 것을 아시고, 또 누가 스승님께 물을 필요도
없다는 것을 이제 알았습니다. 이로써 저희는 스승님께서 하느님에게서
나오셨다는 것을 믿습니다.”
31절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 이제는 너희가 믿느냐?
32절 그러나 너희가 나를 혼자 버려두고 저마다 제 갈 곳으로 흩어질 때가 온다.
아니, 이미 왔다. 그러나 나는 혼자가 아니다. 아버지께서 나와 함께 계시다.
33절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너희가 내 안에서 평화를 얻게 하려는 것이다.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당신 자신을 위하여 기도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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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자상하면서도 강한 가르침에 제자들은 이제 알아듣겠다고 말합니다.
예수께서는 그런 그들을 보고 “이제는 너희가 믿느냐?”(요한 16, 31)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이제야 믿느냐는 것이고, 진정 믿느냐라는 것입니다.
믿는다고 하지만, 그러나 너희는 나를 혼자 버려둘 것이다.
예수께서 하시는 말씀은 사뭇 비장합니다. 사실 강하다고 여길 때 약함이 옵니다.
내 앞이 너무도 환해져 밝다고 여길 때, 눈에 보이는 것에 나를 놓쳐버릴 수 있습니다.
내가 자신 할 수 있을 때, 나는 교만해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이 곧 예수를 버려두고 “저마다 제 갈 곳으로 갈 것”(요한 16, 32)
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제 갈 곳이 무엇입니까? 자기를 차지하고 있는 깊은 그곳을
말합니다. 즉 지금 내가 무엇인가를 하고 있고, 무엇인가를 알고 있으며, 무엇인가를
하고 있지만, 그 무엇에 가려져 있는 내 깊은 곳의 진실, 내 안에 숨겨둔 것이 있는데
그것에로 가게 된다는 것이죠.
나는 내 안에 무엇을 담아두고 있습니까? 그 누군가, 그 무엇이 나를 가로막고 있는
듯한 그 숨막히는 순간에 내 안에 담아둔 것이 불쑥 튀어나옵니다. 나는 평소에 무엇을
담아두고 있습니까? 숨막히는 일들에, 정신 못차리는 갈등의 순간에, 나는 무엇을
꺼내어 돌파를 합니까?
예수께서는 사랑하는 제자들이 배반하는 그 순간에 당신의 깊은 곳에서 무엇인가를
꺼내는 데, 바로 그것이 아버지의 현존입니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요한 16, 32)
예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나와 함께 계시다는 강한 믿음을 지니셨고, 그것은
자신의 존재 깊숙한 곳에 두셨습니다. 모두가 떠난 듯한 그 순간,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 갈등의 순간(게쎄마니의 피땀흘리는 순간이나 ‘왜 나를 버리셨느냐’고 외쳐대는
십자가상에서의 모습)에서도 예수님의 깊은 내면에서는 아버지 하느님께서 함께
계시다는 것이 용솟음쳤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처럼 외쳐야 합니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아버지께서 나와 함께 계시다.”(요한 16, 32)
예수님의 이 외침은 부활을 경험한 후에 나온 말이 아닙니다. 당신의 믿음으로 하신
말씀이고, 그 믿음으로 말씀하십니다.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 33) 믿음을
지닌 이들은 세상을 이길 수 있습니다. 예수께서 그것을 먼저 보여주셨고, 우리에게도
“용기를 내라”(요한 16, 33)고 말씀하십니다. 믿음을 가진 예수께서는 당신의 수난과
죽음을 앞두고 계시면서도 세상을 이겼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도 나를 둘러싼
시련이 있다고 해도 아버지께서 함께 계시다는 것을 믿고 확신한다면, 그것을 이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니 우리는 이미 이겼습니다.
부스러기 ; “이제 알겠습니다”(요한 16, 30)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예수께서는 자신의
신앙에 안주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나무의 열매가 영그는 때가 있으면 떨어지는 때도
있는 법. 그 외적인 사실에 울고 웃는 것보다 나무에 붙어 있는 것이 중요한 것,
아버지께서 나와 함께 계시다는 믿음을 굳건히 하며 꼭 붙들고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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