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야!
따르릉~!
밤늦은 시간. 잠을 자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형, 미안한데….” 의정부 교구로 간 동료 신부로부터의 전화이다.
백병원에 환자가 있는데 지금 병자성사를 청한다고.
중계본동 신자는 아니고 전에 있던 본당의 교우인데,
그곳 신부님들과 연락이 되지 않아서 전화를 했다고.
이 밤중에? 자다 말고 잠시 생각한다.
평소 이런 꾀죄죄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
나이기에 머뭇거린 것이다.
그렇지만 이 시간에 그것도 멀리 있는 신부가 잠을 깨우며 청했다면,
오죽하면 그랬겠냐는 생각에 이내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사제관을 나섰다.
병원에 도착하자 아이는 응급실에 있고 엄마와 식구들이 초조하게 나를 맞았다.
지금 면회는 안 되다고, 그래서 한참 기다렸다.
아이를 위해 기도하면서. 1시간쯤 되었을까? 아이와의 면회가 허락됐다.
“~ ~야! 신부님이야. 너를 위해 기도해주러 왔어.
함께 기도할테니 잘 될 거야!”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와 함께 기도를 했다.
눈을 지긋이 감고 기도를 듣고 있는 아이.
말은 하지 못하지만, 함께 기도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장애를 가지고 있어 평소에도 힘든 삶을 살았다던 아이.
그러면서도 엄마를 위로할 줄 알았던 맑은 아이.
주님의 평화를 바라는 나의 기도를 들어주셨으리라 믿는다.
이미 그 아이는 평화 속에 있지만, 육체적 고통을 딛고
주님 안에서 주님께서는 주시는 평화를 누리리라고 믿는다.
아이야! 깨어나렴.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
나의 잠을 깨운 아이.
그 아이의 깨어남을 바라며 나 역시 깨어나야 한다고 기도하고 있다.
..................2006.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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